내가 끌리는 사람은 왜 나랑 잘 안 맞을까?
뇌과학 연구가 알려주는, 끌림과 사랑이 다른 이유
혹시 이런 경험 있나요. 누가 봐도 좋은 사람과 만나고 있는데 마음이 시큰둥하고, 정작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과는 자꾸 어긋난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그런데 사실 이건 본인 마음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우리 뇌 안에서 서로 다른 시스템이 따로 작동하고 있어서 생기는 일이에요.
1. 사랑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에요
뇌과학자 헬렌 피셔가 정리한 3가지 시스템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fMRI(뇌 활동을 보는 장비)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를 들여다봤어요. 그리고 사랑이 세 가지 다른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죠.
에스트로겐
노르에피네프린
바소프레신
각 시스템이 작동하는 호르몬도, 뇌의 부위도 다 달라요. 그래서 한 사람에게 세 시스템이 동시에 켜질 수도 있지만, 꼭 같이 켜지는 건 아니에요.
끌림이 강하다고 애착이 따라오는 게 아니고, 안정적인 관계라고 끌림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따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니까요.
Fisher et al. (2005),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2. 강한 끌림은 1~3년이면 약해져요
정신과 의사 마라치티의 세로토닌 연구
이탈리아 정신과 의사 도나텔라 마라치티는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혈액을 검사했어요. 결과가 놀라웠죠.
더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에요. 12~18개월이 지난 뒤 같은 사람들을 다시 검사했더니, 세로토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이 말은 우리가 흔히 “끌림”이라고 부르는 그 강렬한 감각이, 원래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생물학적 상태라는 뜻이에요. 사라지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원래 사라지게 되어 있는 거죠.
끌림이 사라지면 관계가 끝난 걸까요? 그게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 3번 시스템(애착)이 자라고 있느냐가 진짜 중요한 질문이에요.
Marazziti et al. (1999), Psychological Medicine.그 '왜'가 내 답변 안에 있어요. 내가 끌리는 유형과 정작 잘 맞는 유형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보여드려요.
내 끌림 vs 궁합 보기 →3. 오래가는 관계는 뭐가 다를까
존 가트맨이 수천 쌍 추적해서 찾은 답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수십 년 동안 수천 쌍의 커플을 관찰했어요. 어떤 커플이 헤어지고, 어떤 커플이 오래 가는지를요.
그가 찾은 답은 의외였어요. 장기적으로 잘 가는 관계를 예측하는 건, 초반의 끌림 강도가 아니었어요.
- 상대를 깎아내림 (경멸)
- 방어적으로 반응함
- 대화를 끊고 담을 쌓음
- 비난이 많아짐
- 친구 같은 친밀감이 있음
- 싸운 뒤 회복 시도를 함
- 긍정:부정 비율 약 5:1
- 존중이 깔려 있음
가트맨이 반복해서 강조한 말이 있어요.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의견 차이가 아니다. 의견을 다루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끌림의 강도와 거의 상관이 없어요. 끌림 100점인 사람과도 회복 시도가 없으면 무너지고, 끌림이 보통이어도 회복이 잘 되는 사이는 오래 가요.
Gottman & Silver (1999), The Seven Principles for Making Marriage Work.4. 그럼 “잘 맞는 사람”이란 누구예요?
정리하면 이래요.
- 끌림은 도파민이 만드는 짧고 강한 감각이에요. 시간 지나면 약해져요.
- 잘 맞음은 옥시토신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전감, 그리고 갈등에서 회복하는 능력 위에서 만들어져요.
이 둘은 같은 사람에게 동시에 있을 수도 있고, 분리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본인이 끌리는 사람이, 잘 맞는 사람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해보는 거예요. 만약 끌림만 따라간 결과가 매번 비슷한 곳에서 멈춘다면, 두 시스템 사이에 갭이 있는 거예요.
- 지난 3번의 연애에서, “끌렸던 부분”과 “실제로 잘 맞았던 부분”을 나눠서 적어보세요.
- 두 리스트가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하세요. 안 겹친다면 갭이 있는 거예요.
- 다음 사람을 만날 때, “끌리는가”만 묻지 말고 “갈등 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같이 점검하세요.
- Fisher, H. E., Aron, A., & Brown, L. L. (2005). Romantic love: An fMRI study.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493(1), 58–62.
- Marazziti, D., et al. (1999). Alteration of the platelet serotonin transporter in romantic love. Psychological Medicine, 29(3), 741–745.
- Gottman, J. M., & Silver, N. (1999). The Seven Principles for Making Marriage Work.